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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교요약

    다 이루었다
    2026-04-05 09:10:52
    채수인
    조회수   10

     오늘은 사순절의 절정인 종려주일이다. 예루살렘 입성의 환호 뒤에 가려진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를 묵상하고자 한다. 특별히 이번 고난주간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남기신 일곱 마디 말씀인 ‘가상칠언’을 통해 십자가의 은혜를 깊이 채워가려 한다. 그 첫 시작인 “다 이루었다”는 선언은 십자가가 패배의 자리가 아니라 구원의 완성을 선포하는 승리의 자리임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성경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기 직전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셨음을 기록한다. 헬라어 ‘테텔레스타이’는 계획된 목적을 완수했다는 뜻이며, 문법적으로는 ‘다 이루어졌다’는 수동태로 쓰였다. 이는 예수님 개인의 업적이 아니라, 인류 구원을 향한 하나님의 거룩한 계획이 마침내 성취되었음을 의미한다. 예수님의 생애는 철저히 이 죽음의 순간을 향해 달려왔다. 가나 혼인 잔치에서 “내 때가 이르지 않았다”라고 말씀하셨던 주님은, 이제 십자가 위에서 비로소 완벽한 구원의 때가 되었음을 선포하신 것이다. 겉보기에는 무기력한 죽음 같으나, 그 안에는 세 가지 결정적인 승리가 담겨 있다.

      첫째,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의 사명을 완수하셨다. ‘테텔레스타이’는 당시 상거래에서 ‘값을 다 지불했다’는 의미로도 사용되었다. 우리가 갚을 수 없는 막대한 죄의 빚을 예수님께서 당신의 피로 전액 청산하신 것이다. 주님은 우리를 ‘위해’ 죽으신 것을 넘어 우리를 ‘대신해서’ 죽으셨다. 구약의 유월절 어린양의 피가 심판을 넘어가게 했듯이, 흠 없는 제물이 되신 예수님의 죽음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정결하게 씻어내는 유일하고 완전한 대속의 사건이 되었다.

      둘째, 죽음의 권세를 깨뜨리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다. 히브리서 2장은 주님이 혈과 육을 지닌 인간으로 오신 이유가 죽음을 통해 사망의 세력을 잡은 마귀를 멸하기 위함이라고 밝힌다. 죽음은 본질적으로 생명의 부재이며 실체가 없는 어둠과 같다. 빛이 임하면 어둠이 물러가듯, 생명의 주관자이신 예수님이 죽음 속으로 직접 들어가 부활하심으로 사망은 생명에 삼킨 바 되었다. 이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에게 죽음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주님의 품으로 옮겨가는 찰나의 과정일 뿐이다.

      셋째,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막힌 담을 허물고 완전한 화해를 이루셨다.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시는 순간 성소의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졌다. 이는 죄인이 감히 접근할 수 없었던 거룩한 지성소의 문이 활짝 열렸음을 상징한다. 이제 우리는 어떤 중간 매개자 없이도 예수님의 이름을 의지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십자가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친밀함을 회복시킨 화해의 통로가 되었으며, 우리를 하나님을 대면하는 거룩한 제사장으로 세워주셨다.

      유언은 유언한 자가 죽을 때 비로소 그 효력이 발생한다.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확증된 이 구원의 유언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은혜의 효력을 발휘한다. 이번 고난주간, 나를 대신해 모든 것을 내어주신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자. 십자가 앞에서 우리의 의로움은 사라지고 오직 감사와 겸손만이 남을 것이다. 그 처절한 죽음으로 얻어내신 생명을 우리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대로 이웃과 세상으로 흘려보내는 진정한 십자가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한 주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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